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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향수를 보고서 작성한 심층분석자료입니다.

작품 향수에 대한 줄거리와 간단한 독후감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세요.


* 영화 향수 독후감 자료 보러가기 : http://popopo1484.tistory.com/36



‘Pax Romana’를 통해 비교해 본 ‘향수’

 주인공 그루누이는 냄새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였으며, 냄새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했다. 자신의 몸에선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아, 자신의 체취를 향수를 통해 대체하려고 했다. 그것을 위해 최고의 향수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기억되고 싶었던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에게서 버림받고 불우한 유년시절을 작품에선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데 이것은 주인공의 향수에 대해 강하게 집착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기 위한 한 장치였다고도 생각된다. 그루누이는 13명의 여인을 살해한다. 그의 첫 살인은 향기에 이끌려 한 여인을 만나게 되고 그의 약간은 광기스러운 냄새에 대한 집착에 의한 충동적 살인이었지만, 그 이후의 12명의 여인을 살인하는 과정은 계획적이고 약간은 치밀한 정도였다. 최고의 향수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주인공에겐 살인도 그저 향수를 제작의 한 과정에 불과했던 것 같다. 이 같은 사상은 인류사회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내용이다. 수업시간에 배웠던 로마의 제국주의 사상에서 비슷한 점을 찾아볼 수 있다. Pax Romana 를 대하는 로마인들과 그 당시 로마에 의해 지배받고 정복되었던 이방인, 노예들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그루누이와 13명의 살해된 여인들의 입장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최고의 향수, Pax Romana 둘 모두는 모든 이에게 만족을 주진 못할 것이다.


 그루누이가 13명의 여인을 죽인 후, 처형당하려던 날 그는 자신의 몸에 향수를 붇는다. 사랑을 일으키게 하는 향기를 통해 청중들은 냄새를 느끼고 동물적 충동을 일으킨다. 영화는 이 장면을 더욱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주인공의 향에 매료된 관중 모두가 알지도 못하는 옆 사람과 사랑을 나누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에게서 그루누이는 신이었고, 그의 13명을 죽였다는 엄청난 죄는 보이지 않았다. 로마가 엄청난 영토를 정복하고 로마군의 승리에 로마시민들은 열광하고 환호했을 것이다. 하지만 로마인들에 의해 정복당한 사람들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땅에서 쫓겨남을 당하게 되었을 것이다. 자신이 태어나고 또 자신의 삶의 터전이었던 곳에서 갑자기 내몰림을 당하기에 그들은 싸웠을 것이다. 이것은 당연한 행동이다. 당신의 집에 도둑이 침입해 집을 내놓으라고 했다고 해보자. 당신은 당연히 저항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일종의 당연한 대응을 로마인들은 역사속에선 ‘야만인, 미개인들에게 문명화를 이뤄주었다.’ 라고 묘사한다. 역사는 항상 승리자의 시각에서만 바라보는 경향이 많다. 이는 승리자에 의해 역사는 기록되고 전승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역사의 단편적인 측면해석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있었던 강호순 사건은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2006년 12월부터 2008년 11월까지 7명의 부녀자를 살해하고 검거된 강호순 씨의 여러 추가 범행을 아직도 추궁하고 있다고 한다. 이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의 얼굴이 공개되고, 그의 팬카페가 개설되었다는 것이다. 카페의 취지는 얼굴이 공개된 강호순씨의 인권을 보호하자는 취지도 있었지만, 몇몇은 그의 자상하고 푸근한 외모에 이끌렸던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1997년의 겨울, 교도소 담을 넘고 탈옥한 신창원사건이 있다. 탈옥생활 2년만에 어느 집에서 신창원은 경찰에 투항했다. 그 당시 신창원의 2년간의 도피생활은 국민들에게 큰 이야기거리가 되었다. 놀라운 것은 그의 경찰수사망을 피해다니며 지속하던 도피생활을 따르는 이들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쇼생크탈출의 주인공, 의적 이란 소재로 희화되기도 했으며, 그가 검거될 때 입었던 쫄티는 그 당시 한동안 큰 인기를 끌었었다. 우리가 생각해 볼 것은 강호순씨의 팬카페에 대해 느꼈을 피해자가족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신창원의 도피중 피해를 보았던 그의 여자피해자들의 마음은 무시해도 되는 것인가 이다. 사실 지금 언급한 내용들은 일부의 생각이었고 관심은 그리 오래 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흥밋거리에 사람들은 자주 넘어가곤 한다. 단편적인 생각에 의해서만 사건을 받아드리고 해석하는 경향이 많은데 이 같은 자세는 좋지 않다. 대상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가 나타난다. 우리에겐 올바른 사고가 필요하고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좋지 않다. 단편적 사고에만 이끌리는 자세를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향수와 낭만주의 향수는 인간의 감정과 연관되어 유혹적인 힘을 발휘한다. 그루누이는 향기라는 원초적 유혹의 힘으로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아름다운 향을 만들기 위해 강한 집착을 보이며, 살인도 서슴치 않는다. 자기만의 광기의 세상속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만족을 느끼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이는 고대시대부터 현재까지 예술가들이 가지는 특징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일반적이지 않은 자기들만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 노력한다. 때로는 너무나도 일반적이지 않은 대상으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자신만의 아름다움에 대중이 길들여지길 바라는듯한 경우도 많다. 그래서인지 중세 예술가들은 아편, 마약, 알콜 등에 빠져 살며 사회속에서 벗어나, 때로는 도덕적이지 못한 생활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예술가들이 그렇듯, 그루누이 역시 이 같은 예술가들의 모습을 따르고 있는 내용이 있다. 그루누이는 향수 제작을 위해 그라스로 떠나는 과정에서 동굴속에서 은둔하는 장면이 있다. 원작인 책에서는 이 부분이 좀 더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동굴속에서 그루누이는 자신이 첫 살인을 한 여인을 생각하며, 그의 향기를 떠올린다. 자기도취적 발상으로 향기를 표현하고 느낀다. 그 후, 산을 내려와 그라스로 떠나고 결국은 최고의 향수를 만든다. 하지만 그는 최고의 향수를 가지고도 그 향기는 순간의 유혹일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실망한다. 결국 그루누이는 자신의 고향인 파리의 시장으로 돌아가 자신의 향수를 몸에 붓고 사라지게 된다. 아름답고 찬란한 아름다움, 예술도 결국엔 원위치가 된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순간의 유혹일 뿐이라는 것이다. 마치 향기가 다 날아가면 다시 무취의 자신으로 돌아오는 그루누이처럼 말이다. 이것은 중세시대, 혹은 현재시대의 쾌락, 낭만주의를 비판하는 것이다. 한 평생 동안 아름다움만을 추구하지만 글 아름다움은 순간이란 것을, 결국은 초라한 나로 돌아온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작품 향수에서의 향기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향수에 대한 역사적 고찰

 18~19세기에는, 향료학 Osmologie이 학문으로 발전되고, 향수 수공업이 사회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시기였다. 배수로 설치, 도시의 청결, 쓰레기처리 등 위생적 관심이 증가하고 위생의 수단으로 살균 소독이 냄새를 없애고 청결해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파스퇴르가 병을 옮기는 원인을 발견하고, 냄새가 모든 원인으로 간주하자, 향수의 관심은 증가되었다. 냄새가 병과 부패를 의미하는 반면에, 향수의 냄새는 긍정적 의미를 획득하게 된 것이다. 인간 본연의 냄새는 악취, 불결로 치부된 반면에 인위적이고 호사스런 향수의 화려한 꽃내음, 과일향 등은 향기로 여겨지게 된다.


 역사적으로 볼 때 향수는 또한 사회적 계급, 사상을 나타내는데도 이용되었다. 프랑스 혁명 시기에 귀족들은 묵직하고 은은한 향보다는 달콤하고 화려한 꽃향기나 열매 냄새 나는 향기를 선호했다고 한다. 이에 반해 혁명가, 진보적 서민들은 동물적 향기를 선호했다고 한다. 향기는 사회적 영역에서 개개인의 사회적 특성을 드러나게 하는 중요한 장치,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후각의 특성을 작품의 주인공 그루누이가 이용하는 장면이 있다. 13명의 여인을 죽인 후, 처형당하려던 날 그는 자신의 몸에 향수를 붇는다. 사랑을 일으키게 하는 향기를 통해 일종의 죄수에서 통치자로 신분상승을 이루게 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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